과거 고도성장기에 기업은 대규모 자본, 우수한 설비, 뛰어난 기술과 품질 등을 기반으로 도약했다. 그러다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기업 간의 이같은 요소들이 점차 평준화돼 경쟁력은 하드웨어적 요소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인적 자원 영역으로 옮겨졌다.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언제든지 따라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그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혁신을 더하고 차별성을 만드는 사람들, 즉 맡은 바 직무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 지가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인재 확보 중요성은 더 높아졌지만 기업 사정과는 달리 필요한 시기에 우수한 사람을 골라서 고용할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노동시장 환경은 적응하지 못한 기업에 위협으로 작용할 만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지닌 MZ세대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근무환경 변화, 노동시장 유연화, 저성장 기조 심화 등을 비롯해 조용한 사직, 대퇴사, 대해고까지 사회·정치·경제분야에 걸친 큰 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내에서 직원들의 낮은 업무 몰입도와 높은 이직률, 퇴사율로 직결돼 나타난다. 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퇴사는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직접적인 손해 이외에도 기존 직원들의 업무량 증가와 업무추진 차질, 핵심 인재 부재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성과 부진,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기업이미지 실추까지 기업에 유무형의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기업은 인재 확보라는 과제와 함께 인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조직 환경에 적응하거나 싫은 상황을 참기보다는 이직과 퇴사라는 빠른 선택과 포기를 실행하는 MZ세대 특성은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들이 얼마나 퇴사를 하고 왜 퇴사를 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직과 퇴사 이유는 보상, 성장 가능성, 업무 만족도, 조직 문화, 근무환경 등 몇 가지 범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나 기업 특성과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것에 초점을 두고 이 많은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직원몰입'이다.
직원몰입의 개념은 1990년 조직 심리학자 윌리엄 칸(William Kahn)에 의해 등장한 이후 이론적으로 정립되고 발전해 왔다.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학자와 실무자들 사이에서 몰입의 결과가 조직 성과와 긍정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합의가 도출되면서 최근에는 조직의 성과 향상 방안으로 강조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이 높은 생산 성과 수익성, 높은 고객만족도, 낮은 안전사고 발생률, 낮은 이직률 등을 보이며 조직의 성과 향상과 연관이 깊다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몰입도가 높거나 낮은 직원들 간의 차이를 해석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직원몰입 관리가 HR(인사관리) 해답으로 대두됐다. 몰입도는 정적이지 않고 직원들의 인식과 경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더라도 그 인재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거나 몰입하지 않는 직원이 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기업은 인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는 새로운 인재만이 아니라 기존의 모든 직원에게도 해당된다.
직원몰입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현재 직원들이 얼마나 조직과 직무에 몰입하고 있는가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 경영컨설팅 기업인 한국피엠아이그룹에서 지난해 3월에 개원한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을 대상으로 이를 조사한 바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조사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몰입한 직원의 비율은 20%로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Gallup)에서 전세계 14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 23%보다는 낮고 동아시아 지역 기준인 17%보다는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체 평균치가 아니라 해당 조직과 부문별 특성과 구성원의 직무와 직책을 반영한 세부적인 결과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전체 조직, 단위 조직, 구성원 그룹 별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의 경우 5월말 기준으로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비율 53%, 수술 건수 1만건을 기록했다. 병상 수는 개원 당시 371병상에서 개원 1년 6개월만에 607병상(풀오픈)으로 개원 목표를 달성했다. 해당 병원의 몰입한 직원 비율은 전체 평균 20%였지만 성공적인 개원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보직교수 그룹은 47%로 나타났다. 개원 준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팀장 이상의 리더그룹에서는 49%로 드러났다. 이는 글로벌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로 우리나라 대학병원 개원에 관한 역사를 새롭게 쓸 정도로 성공적인 개원으로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직원몰입이 직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들을 지지하는 결과다. 직원몰입도를 진단한 한국피엠아이그룹에서는 국내 기업의 특성은 물론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해 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교수이며 인적자원개발과 조직개발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윌리엄 로스웰 교수와 '인재경쟁력 향상을 위한 직원몰입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했다. 한국피엠아이그룹은 지난 9월 기업전문 교육기관인 피플앤인사이트와 '직원몰입,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고객사들에게 관련된 컨설팅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집중 세미나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밝혀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고 있는 많은 기업에 직원몰입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현관 한국피엠아이그룹 대표파트너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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