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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직원몰입' 수준이 결정하는 경영성과 차이

관리자 2024-05-31 조회수 256,533


 


  경제성장률이나 산업 환경의 변화와는 별개의 문제로 업무에 몰입하지 않는 직원 때문에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HR(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물론 작은 팀을 이끄는 팀장들까지도 이같은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 기업의 경영자는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기때처럼 어느 정도 기반만 다져 놓으면 저절로 양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아무리 경기가 호황이라도 직원몰입으로 나타나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과 창출을 통한 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불황일 때도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위기를 극복하고 상황을 호전시킬 만한 동력을 얻지 못한다. 기업은 언제 거센 파도가 몰아칠 지 모르는 바다 한가운데를 항해하는 배와 같이 늘 불확실한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근사한 배를 만들었더라도 노를 젓는 사람이 없거나 노를 젓는 시늉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배에 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노를 젓는 사람, 즉 업무에 몰입한 직원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직원몰입'이라는 단어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저성장기 장기화에 따라 기업이 겪는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해답 또한 불분명해진 가운데 학자와 실무자들은 문제의 실마리를 기업의 외적 요소가 아닌 사람에서 찾기 시작했다.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 주체인 사람이 얼마나 조직과 직무에 몰입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직원몰입이 기업의 정량적 성과는 물론 정성적 성과 와도 관련이 깊다는 수많은 연구조사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증명된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해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필자가 컨설팅을 진행하며 직접 경험한 직원몰입의 중요성을 기업의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1990년대 중반에 창업한 A사는 국내 중소 조선기자재 제조사인데, 2019년 전방산업인 조선·선박엔진산업의 하락세 등 어려운 사업 환경과 재무 실적 악화로 인해 대대적인 구조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전략의 실행 방향성을 도출했고 조직의 역량 강화를 통해 전략 실행력의 향상을 도모했다. 아무리 전략적 방향성이 명확하더라도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게 되므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과업은 직무 중심의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A사는 전략은 결국 직원들 개개인이 맡은 바 직무에서 기대되는 성과를 내야만 실행될 수 있는 구조임을 인식하고 컨설팅을 추진했다. 직무 중심 성과관리체계가 구축·운영되면서 직원들은 본인이 달성한 성과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게 됐고, 당연히 인사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몇 년간의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 조직에 고성과 풍토로서 정착된 것이다.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은 올해 초 A사와 유사 업종에 속한 B사가 동시에 직원몰입 진단을 실시했을 때다. 결과적으로 B사보다 A사의 직원몰입 수준이 높게 나타났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전략과 목표의 명확성, 직무의 명확성, 공정성, 직무 수행 환경 등에 관한 인식에서 15~10% 이상의 큰 차이로 A사 직원들이 더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다. 직원몰입 수준의 차이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로도 연결된다. A사가 구조개선에 착수하고 1년이 지난 2020년 당시에는 B사 대비 1.4배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였으나 이후 연평균 23%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작년에는 B사 대비 2.2배 수준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직원몰입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인 영역들은 A사가 직무 중심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해 온 노력의 결실이다. A사는 직원몰입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연결된다는 국내외의 많은 연구 결과 와도 일치하는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직원들은 그들이 일하는 환경, 정확하게 표현하면 일터에 형성된 풍토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조직의 '풍토'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터에 대해 느끼는 인식이며, 이러한 인식은 일에 대한 몰입도를 결정짓는 최전선의 잣대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은 일터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에 따라 일에 몰입하거나 몰입하지 않으며, 그 결과와 직결되는 것이 바로 성과다. 따라서 경영자는 직원들의 몰입과 성과를 기대하기 이전에 직원들이 몰입하여 일할 수 있는 풍토, 즉 고성과 풍토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고성과 풍토를 만드는 일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므로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행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나 개선 활동 등의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흐지부지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쉽지 않은 길이라도 기업의 고성과 풍토 형성을 위한 기반을 준비하고 변화와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기업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상과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면 이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고, 갈 길이 명확하면 그 과정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길을 만들고 그 과정을 지키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기업과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직원들이 알아서 열심히 일하기만을 기대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일이라도 결국 한 걸음을 내딛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속적인 성장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에 있어서의 한 걸음은 현재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파악하고, 직원몰입에 영향을 주는 각 요소와 영역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단순한 불만의 표출이나 뜬구름 잡는 식의 설문조사가 아니라 직원들의 요구와 조직의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는 무엇이 방해가 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구조를 제공하는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진단을 하고 나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가 반복되면 직원들은 조직에서 어떠한 활동이 일어나더라도 어차피 해봐야 변하는 것이 없으니 쓸데없는 일이라는 무력감에 쉽게 빠져버린다.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시작의 단계에서부터 신뢰를 잃는 처사이다. 직원몰입은 기업과 직원들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기업의 성장을 위한 직원몰입 관리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신현관 한국피엠아이그룹(주) 대표파트너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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